[의료 고지] 이 글은 의학적 진단이나 처방이 아니며, 증상 발생 시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먼저 상담해야 합니다.
항암 치료를 시작하면 “잘 먹어야 기운을 차릴 텐데”라는 마음이 간절해집니다. 하지만 마음과 달리 속은 울렁거리고,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다 보면 금세 기운이 빠지기 마련이죠. 밤새 곁에서 등을 두드려주며 함께 잠 못 이루는 보호자분의 마음도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1. “간호사님, 이럴 땐 어떻게 하나요?”
병동에서 환자와 보호자분들이 가장 많이 질문하시는 내용을 모아봤습니다.
“물만 마셔도 토하는데, 억지로라도 먹어야 할까요?”
억지로 드시면 오히려 구토가 심해져 탈수가 올 수 있습니다. 잠시 위를 쉬게 해주는 것이 우선입니다.
“설사가 계속되는데 지사제를 마음대로 먹어도 되나요?”
항암제 종류에 따라 대처법이 다릅니다. 감염성 설사일 경우 지사제가 독이 될 수 있으니 반드시 의료진 확인이 필요합니다.
“울렁거림이 심한데 항암을 중단해야 하는 건가요?”
부작용은 약물의 작용 기전일 뿐, 치료 효과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증상 조절 약(진토제)을 통해 충분히 조절하며 지속할 수 있습니다.
2. 증상이 생기는 이유 (쉽게 푸는 기전)
항암제는 우리 몸속에서 ‘빠르게 자라는 세포’를 공격하는 성질이 있습니다. 암세포가 대표적이지만, 우리 몸에서 원래 빠르게 재생되는 입안 점막, 위장관 상피세포, 머리카락 세포 등도 항암제의 눈에는 암세포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항암제가 암세포를 공격하는 동안, 선량한 위장관 세포들도 함께 공격을 받아 상처를 입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소화 기능이 떨어져 속이 메스꺼워지거나(오심), 장에서 수분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해 변이 묽어지는(설사) 현상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3. 간호사가 전하는 실전 관리 팁 & ‘오늘의 작은 실천’
오심과 구토가 심할 때
환기된 쾌적한 환경: 음식 냄새가 차단된 곳에서 쉬어야 합니다. 주방 근처는 피해주세요.
얼음 조각과 찬 음식: 뜨거운 음식은 냄새가 강해 구역질을 유발합니다. 입안을 차갑게 하면 감각이 무뎌져 울렁거림이 덜합니다.
마른 음식 섭취: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크래커나 토스트를 조금 씹어보세요. 공복 상태의 위산을 중화해 줍니다.
설사가 계속될 때
수분 보충의 정석: 맹물보다는 전해질이 포함된 스포츠음료나 보리차를 미지근하게 드세요.
저잔사식(부드러운 식사): 장에 자극을 주는 생채소, 과일 껍질, 유제품, 카페인은 잠시 멀리하고 흰 죽이나 미음 위주로 드셔야 합니다.
항문 주위 관리: 잦은 설사는 피부를 헐게 합니다. 휴지 대신 비데나 물세척 후 톡톡 두드려 건조해 주세요.
💡 오늘의 작은 실천: > 오늘 하루 동안 드신 음식과 설사 횟수를 기록하는 **’증상 일기’**를 써보세요. 다음 외래 진료 때 교수님과 간호사가 정확한 약을 처방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됩니다.
4. 한눈에 보는 핵심 요약표
| 구분 | 오심/구토 관리 | 설사 관리 |
| 식사 방식 | 조금씩 자주 (하루 5~6회) | 적은 양을 자주, 부드러운 음식 |
| 권장 음식 | 차가운 음료, 크래커, 신선한 과일 | 보리차, 바나나, 흰 죽, 이온 음료 |
| 피할 음식 | 기름진 것, 향이 강한 양념, 커피 | 우유, 매운 음식, 생채소, 탄산 |
| 환경 조성 | 식사 후 바로 눕지 않기 (상체 올리기) | 항문 주위 청결 및 보습 유지 |
5.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할 ‘위험 신호’ (Red Flags)
다음 증상이 나타나면 집에서 참지 말고 즉시 병원 응급실을 방문하거나 의료진에게 알려야 합니다.
탈수 징후: 24시간 동안 소변을 보지 못하거나 입술이 심하게 마를 때.
심한 설사: 하루 6~8회 이상의 수양성(물) 설사가 지속될 때.
고열: 오심, 설사와 함께 38도 이상의 열이 날 때 (면역력 저하에 따른 감염 위험).
어지럼증: 앉았다 일어날 때 눈앞이 캄캄해지거나 실신할 것 같은 느낌.
6. 간호사의 마음을 담은 마무리
항암 치료라는 긴 터널을 지나고 계신 환자분과 보호자분들, 오늘 하루도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부작용이 나타나면 ‘몸이 더 안 좋아지는 건 아닐까’ 덜컥 겁이 나시겠지만, 이는 우리 몸이 다시 회복하기 위해 애쓰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하려 하지 마세요. 작은 변화라도 의료진에게 공유해 주시면, 저희는 여러분의 고통을 덜어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여러분은 결코 혼자가 아닙니다.
7. 참고문헌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인의 상태에 따른 구체적인 치료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야 합니다.